2024.05.21 16:03
5월 26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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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론 | 김정우 라파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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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존재 방식, 삼위일체
혼밥에 혼술에 이제는 한술 더 떠, ‘나 혼자 산다’는 말에 익숙해진 오늘날입니다. 지난 몇 년간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따로’, ‘각자’는 새로운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장 가깝다고 여기는 가족과도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각자의 일상, 각자의 주관이 각기 다른 공간에서 펼쳐집니다. 몸은 함께 살아도 마음은 늘 따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나 동료들, 이웃들과도 마찬가지죠. 알아가면 갈수록 내 맘과 달리 왜 그렇게 모두가 이기적인지… 함께한다는 것, 일치해 나간다는 것이 말이 쉽지 그리 녹록지가 않습니다. 하나가 되려면 각자가 서로 조금씩 덜어내고 양보해야 하는데, 져줄 줄도 알아야 하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습니다. 나를 낮추고 그를 높여주는 일은 어려워서 차마 못 하겠습니다. 그러니 계속 둘로 남아 있을 수밖에요. 교회는 창조주 성부와 구세주 성자와 생명의 성령, 각자 고유한 세 위격이 하나의 신적 본성인 한 분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굳게 믿습니다. 삼위일체는 세 분이시면서도 동시에 한 분이신 하느님의 존재 방식에 관한 교리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은 서로를 위해 각자를 양보하고 비워내십니다.
성부께서는 성자를 세상에 파견하시며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십니다. 성자 그리스도는 자신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이루려 기꺼이 십자가의 사명을 완수해 내십니다. 성령은 자신이 아니라 성부와 성자를 드러내십니다. 성자께서는 성령이 강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 하늘로 오르십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이토록 양보하니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럼없이 자신을 비우시니 일치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을 따르리라 다짐하는 이들 각자가 모여 교회 공동체를 이룹니다. 하나이기 위해, 한마음 한뜻이 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조건, 그것은 자기 비움입니다. 이해와 배려 안에서 나를 비웁니다. 용서와 화해 안에서 나를 낮춥니다. 그러한 자발적인 양보를 통해 교회는 점점 삼위일체 하느님을 닮아갑니다.
신앙과 삶이 따로 놀아서는 하느님을 따른다 말할 수 없습니다. 입으로 믿음을 고백하면서 같은 입으로 욕지거리 뱉어내면 무슨 소용입니까? 몸은 성당에 앉아있어도 마음으로는 누군가를 감옥에 가둬두고 있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하느님 따로 나 따로, 너 따로 나 따로 살면서 공동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일치를 위해, 하나 됨을 위해 어떤 삶의 자세를 지향하고 있는가, 어떤 실천적 다짐을 할 수 있는가,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내면서 다시 한번 되물어야 할 우리들의 본질적인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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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교구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