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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줄기 내 마음에 고이자
새 한마리 날아와
바람으로 둥지를 틀고
노란 꽃가지 꺾어 걸어두었습니다
그 날은 저희 부부 혼배성사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하느님을 무척이나 사랑하셨다는
어느 자매님이 돌아가시고 남기셨다는 성모님상을
선물 받았습니다.
자매님이 닦고 기도하며 성모님과 마음을 주고 받았을 것을 생각하니
가만히 귀기울여지고
마음도 두근거렸습니다.
성모님 꼭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빗물이 떨어졌습니다.
혼배성사가 있는 시간에 꼭 참석해 주신 것만 같아서
마음이 떨렸었는데
빗물은 참 달콤했습니다.
성모님 계실 곳을 이리저리 잡다가
깜짝놀랐습니다.
성모님 손가락이 잘렸있었습니다.
내가 잘못한 것만 같아서
눈물이 핑 돕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손가락 끝만 자꾸 만져 봅니다.
잘린 아픈 손가락이 꼭 나인 것만 같아서
죄송한 마음 가득하였습니다.
성모님 앞에서 기도하였습니다
그 손가락 보면서 늘 회개하겠습니다.
성모님의 아픔을 생각하겠습니다
가장 큰 아픔을 내색하지 않으시고 인자하게 기도하시는
그 오래참음을 닮겠습니다
그리 기도 했는데도
며칠 전에 전
섭섭한 것이 있었습니다.
성모님이 계시는데도 막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그 손가락을 봅니다
눈물이 납니다.
저의 약함을 어찌 이겨내야 할지
성모님의 손가락을 어찌 치유해야 좋을지
지혜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 큰 사랑을 어찌 담아내야 할지
아무래도 저의 그릇이 너무 작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