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아마도 두해전 여름이었을 게다
조붓한 산길 너머
사람이라고는
몇 집 살지 않는 작은 마을에
자그마한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이따금 지나가는 차나 있을까
걸어가는 이 없고
한가로이 햇살이나 바람결에 스치다
나뭇가지에 걸리고
풀잎에 눕는
산골마을 한적한 거리에 있는
옹달샘 같은 가게 하나.
일부러 기웃거려야만 볼 수 있는
담배라는 빨간 글 판이 담벼락 낙서처럼 붙어 있고
문 열고 불러야만
방안에서 고개 내미는 집하나
그리고 할머니.
그때
아주 햇볕이 뜨거웠던 여름이었나 보다
담배가 떨어져
우연히 들린 가게였는데
아마도 할머니 혼자 계셔서
내가 몇 마디 이야기를 했나 보다
할머니는 담배를 주시고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면서
더운데 먹고 가란다.
내 하는 말이 예뻐서 주는 선물이란다.
할머니 담배하나 팔아 얼마 남는다고
아이스크림까지 주시다니요
그러시면 안 된다며
돈을 드리겠다니 아니라며
웃으시며 끝내 사양하셨다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고
사람 보려고
가게 문 여시는다는
할머니 말씀이 내내 내 가슴에 맺혔나보다
하지만 여기서는 머나먼 대구근처
산골마을까지
일부러는 갈 수 없지 않는가.
그 이후 그 길, 갈일이 없다
오늘 마침 그 곳을 지나다 잠시 들려
담배하나 사며
할머니 늦었지만 새해 인사드립니다.
복많이 받으세요.
인사했더니
누군데 이렇게 인사까지 하느냐며
가게 문 나서는 내게
뜨겁게 덥힌 켄커피를 건네 주시기에
할머니께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도망치듯 나오는 날 붙들고
날 추우니까 따뜻할 때 마셔~
밥도 잘 챙겨먹고 조심히 다녀 응? 하시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져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목례하며 나서는데
잘 가~하며 미소 짓는 할머니.
내 말소리가 이쪽 사람이 아니라서
밥 잘 챙겨먹으라는 말씀이
할머니 보시기에도
내가 타지에 일하러 왔다가는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내 다시 찾기 전엔
할머닌 날 언제 또 볼 것인가
그저 길가다 우연히 들려
떠나면 그만인 나그네 같은 인연인 것을
몇 해 전 들려 그때도
오늘처럼 담배를 샀다는 그 말에
할머니는
다시 찾아 온 내가 너무도 고마웠나 보다
이 세상 살며 누가 누구를 기억한다는 것
그래서 서로의 삶 한구석에 남아
그것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바람에 날려가는
나뭇잎 같을지라도
다시는 되오지 않는 다해도
그건
크나 큰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