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성당

Menu
2013.02.21 01:43

사랑을 파는 할머니

조회 수 688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0||0아마도 두해전 여름이었을 게다
조붓한 산길 너머
사람이라고는
몇 집 살지 않는 작은 마을에
자그마한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이따금 지나가는 차나 있을까
걸어가는 이 없고
한가로이 햇살이나 바람결에 스치다
나뭇가지에 걸리고
풀잎에 눕는
산골마을 한적한 거리에 있는
옹달샘 같은 가게 하나.

일부러 기웃거려야만 볼 수 있는
담배라는 빨간 글 판이 담벼락 낙서처럼 붙어 있고  
문 열고 불러야만
방안에서 고개 내미는 집하나
그리고 할머니.

그때
아주 햇볕이 뜨거웠던 여름이었나 보다
담배가 떨어져
우연히 들린 가게였는데
아마도 할머니 혼자 계셔서
내가 몇 마디 이야기를 했나 보다

할머니는 담배를 주시고는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꺼내면서
더운데 먹고 가란다.
내 하는 말이 예뻐서 주는 선물이란다.

할머니 담배하나 팔아 얼마 남는다고
아이스크림까지 주시다니요
그러시면 안 된다며
돈을 드리겠다니 아니라며
웃으시며 끝내 사양하셨다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고
사람 보려고
가게 문 여시는다는
할머니 말씀이 내내 내 가슴에 맺혔나보다

하지만 여기서는 머나먼 대구근처
산골마을까지
일부러는 갈 수 없지 않는가.

그 이후 그 길, 갈일이 없다
오늘 마침 그 곳을 지나다 잠시 들려
담배하나 사며
할머니 늦었지만 새해 인사드립니다.
복많이 받으세요.
인사했더니
누군데 이렇게 인사까지 하느냐며
가게 문 나서는 내게
뜨겁게 덥힌 켄커피를 건네 주시기에
할머니께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도망치듯 나오는 날 붙들고

날 추우니까 따뜻할 때 마셔~
밥도 잘 챙겨먹고 조심히 다녀 응? 하시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져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목례하며 나서는데
잘 가~하며 미소 짓는 할머니.

내 말소리가 이쪽 사람이 아니라서
밥 잘 챙겨먹으라는 말씀이
할머니 보시기에도
내가 타지에 일하러 왔다가는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내 다시 찾기 전엔
할머닌 날 언제 또 볼 것인가
그저 길가다 우연히 들려
떠나면 그만인 나그네 같은 인연인 것을

몇 해 전 들려 그때도
오늘처럼 담배를 샀다는 그 말에
할머니는
다시 찾아 온 내가 너무도 고마웠나 보다

이 세상 살며 누가 누구를 기억한다는 것
그래서 서로의 삶 한구석에 남아
그것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바람에 날려가는
나뭇잎 같을지라도
다시는 되오지 않는 다해도
그건
크나 큰 사랑이 아닐까.
  • ?
    김영하(그레센시아) 2013.03.17 19:15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글입니다.
  • ?
    이상훈(요셉) 2013.03.17 21:59
    헉~! 감동까지야....
    그런데 그 할머니 정말 마음이 따스한 분이셨어요
    언제 그 곳을 다시 갈 일 있으면 딸기라도 한팩 사 가지고 가야겠어요 ^^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사순 5주일에 본 남지성당 - 드론 영상 1 김(발렌티노) 2025.04.25 1564
공지 전국 성지 순례 지도 이상훈(요셉) 2019.08.12 2175
121 어느 가게앞에서 file 이상훈(요셉) 2013.03.11 592
120 편견. file 이상훈(요셉) 2013.03.11 716
119 행복 file 이상훈(요셉) 2013.03.11 687
118 방사능식품을 수입유통하여 국민들이 먹도록 하는 정부는 그 나라국가의 정부라고 할수 없다 !! 1 주공식 2013.03.10 709
117 방사능 존 을 알고계시나요 ?! 주공식 2013.03.10 671
116 우리가 흔히 먹고있는 합성식품은 독극물에 가까웁읍니다 !! 주공식 2013.03.10 2425
» 사랑을 파는 할머니 2 file 이상훈(요셉) 2013.02.21 688
114 단상 하나.. file 이상훈(요셉) 2013.02.07 673
113 [속보] 설악산 흔들바위가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다. file 이상훈(요셉) 2012.08.13 926
112 성가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file 이상훈(요셉) 2012.05.27 908
111 다친 손 다 나으리라 ..전에 쓴 일기 이상훈(요셉) 2012.05.20 866
110 섬집아기 김재영(로마노) 2010.10.03 1701
109 내 안에 사는 이 김재영(로마노) 2010.08.19 1751
108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 김재영(로마노) 2010.08.14 1440
107 행복10훈 김재영(로마노) 2010.08.11 1743
106 내 생애의 모든 것 김재영(로마노) 2010.06.25 1470
105 주여 나의 몸과 맘 김재영(로마노) 2010.06.08 1894
104 내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김재영(로마노) 2010.05.30 1568
103 내일 일은 난 몰라요/신영옥 김재영(로마노) 2010.05.20 1573
102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file 박화순(마리스텔라) 2010.05.10 1553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 21 Next
/ 21

남지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