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성전에 들려 일을 하다
제의실 한편 구석에 뒤축 끝이 닳아
실밥이 터지고 가죽이 너덜거리는 다 떨어진 한 켤레 구두가 놓인 것을 봤습니다.
순간,,신부님~~하고 마음이 말하는 것을
입이 다물어 주었습니다...
구두약으로 잘 닦아 광이 나는 까만 구두..
바짓단에 가려 알 수 없었지만
신부님은 늘 그 구두를 신으셨나 봅니다.
항상 아이 같이 해맑게 웃으시고
요셉씨~~하고 저를 부를 때는 아주 오랜 다정한 친구처럼
하지만 어제 제가 선물 받아 내민 십자고상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온 정성 다해 축성해 주시고
미사를 마친 후엔 모든 신자분이 대문 밖 나설 때 까지
지켜보며 서 계시는
신부님이
이렇게 다 헤진 구두를
신으시지는 여태껏 몰랐습니다.
문득, 며칠 전 부곡 특전 미사때 강론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제가 차를 타고 여기 오면서
난 행복할까? 스스로 묻고 그럼~ 난 행복해 행복하고말고.
그렇게 내게 답하고 나니
마음이 참 행복해 졌는데 여러분을 보니
더욱 더 행복해 졌습니다.
행복은 그런 것 같아요
하시는 얼굴 표정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나도 마음속으로
"난 행복해~" 하고 따라 하면서
가슴속에서 예쁜 꽃이 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올 때만 해도
마음한켠 드리워진 그늘
주일날 일하는 터라
늘 특전미사를 드려야 하는 제 처지와
가진 게 적다고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을 볼 때
항상 초라해졌던 제가
그래도 이 밤 , 여기까지 미사 드리러
온 것도
오고 싶어도 못 오시는 분도 많을 텐데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고 생각하니
그래요. 그 순간 참 행복했습니다.
돌이켜
다 떨어져 너덜거리는 구두를
신고 다녀도
그렇게 늘 웃으시며
참사랑으로 이끌어 주시는 신부님을
전 사랑합니다.
그리고 요셉씨도 가진게 얼마나 많은 사람인데요. 악어빽도 아니고 하느님 빽 가지고 있으시면서 가진게 없다니요. 세상 천지가 요셉씨껀데 얼마나 더요? 이제 어깨 쫘~악 펴시고 당당하게 바라보셔요. 주님께서는 요셉씨 처럼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시나봐요. 그 이쁜맘을요. 늘 객지에 나오셔서 생활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시고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본당에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게서 필요한 은총과 축복을 가득 내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