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 - 한국 순교자 시복시성을 위한 기획 - 강완숙(골롬바)

by 이상훈(요셉) posted Dec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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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교자 시복시성을 위한 기획 - 강완숙(골롬바)

입력일 2012-03-06 수정일 2012-03-06 발행일 1996-04-14 제 1998호 14면

 

최초의 여회장… 열정적 선교펼쳐 주문모 신부 도와 6년간 헌신 갖은 고문뒤 서소문밖서 41세 순교 기념 경당ㆍ변변한 동상 하나 없어

신유박해편

 

한국 천주교회 초대 여회장이며 순교자인 강완숙(골롬바ㆍ1760~1801)은 한국 교회사에 등장했던 여인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일 뿐 아니라 한국 여성 안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위대함에 비해 지금의 현양 사업은 부끄러울 정도로 보잘것이 없다. 지금까지 그의 유해가 어디에 묻혀있는지 조사된 바가 없을 뿐 아니라, 그의 순교를 기리는 기념 경당이나 변변한 동상 하나마저 없다. 오직 신자들의 입과 입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그의 위대함이 전해내려올 뿐이다.

 

강완숙의 위대함은 크게 네가지로 집약해 볼 수 있다. 먼저 그의 마지막 생애를 순교로 장식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 한국교회 최초의 여회장으로서 남인과 중인들로 구성된 남교우들과 더불어 다양한 선교활동을 펼쳤다는 점이다. 강완숙은 먼저 그녀의 시모와 전처의 아들 홍필주(필립보ㆍ순교자), 친정 부모를 입교시켜 가정을 복음화했고 다음으로 이웃의 양반과 평민들을 복음화해 전교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셋째로 동정녀들과 과부들을 입교시켜 공동체를 형성, 한국교회 사상 처음으로 수도회적인 성격의 단체를 조직했으며 넷째로 주문모 신부를 6년간 자신의 집에 피신시키고 전교에 주력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강완숙에 대한 자료는 「황사영 백서」와 달레의 「한국 천주교회사」 「사학징의」 「빠리외방전교회에 소장된 한국측 자료」「1811년 조선신자들이 교황에게 보낸 서한」「순조실록」등에 기록되어 나타난다.

 

특히 순조실록에서 강완숙을「천주교인 중 가장 간악한 요녀」로 기록하고 있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강완숙의 인물 됨됨이와 신앙심을 엿볼 수 있다.

황사영 백서에 따르면 강완숙은 재능이 남보다 뛰어나서 주문모 신부가 모든 대소사를 그녀에게 맡겼고 이에 사족가(士族家)부녀자들까지 많이 입교시킬 수 있었다고 전한다.

 

당시 양반 출신의 여교우들인 한신애, 이소사, 이순이 누갈다의 어머니인 권소사, 윤점혜 윤운혜 자매, 은언군 이인의 아내 송씨와 자부 신씨 부인, 폐궁 나인인 강경복 등이 모두 강완숙의 선교활동으로 입교했다.

 

또 강완숙은 과부나 머슴이나 하녀로 있던 김순이, 김월임, 김홍년, 김소명 등도 입교시켰는데 여기서 상하의 계급 질서를 벗어난 그녀의 평등 의식을 인지할 수 있다.

 

1794년 5월 배교자 한영익의 고발로 주문모 신부의 행방이 발각되자 강완숙은 자기집에서 6년간 주문모 신부를 숨기며 선교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1801년 신유대박해가 일어나자 그해 2월24일 강완숙과 그의 일가족 모두가 체포됐다. 강완숙은 자기가 체포되는 위기 속에서도 주문모 신부만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 체포를 모면케 했다.

 

그러나 주문모 신부가 자수해 1801년 5월30일 순교하자 이 사실을 옥중에서 전해들은 강완숙은 자기 옷을 찢어서 그동안 주 신부가 조선에서 활동한 경과를 기록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여교우의 부주의로 유실돼 전해지지 않고 있다.

 

강완숙은 주 신부를 헌신적으로 보좌했던 까닭에 옥중에서 주뢰를 여섯 번이나 가하는 고문을 겪는 등 온갖 악형을 받은 뒤 7월2일 서소문 밖에서 최인철, 김현우, 이현, 홍정호, 김연이, 강경복, 한신애, 문영인 등과 함께 41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강완숙은 당시 유교 봉건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인습으로부터 당해야 했던 억압이나 제한들을 신앙심으로 극복한 특별한 여성이다.

 

강완숙의 삶은 오늘날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평신도가 지녀야 할 사명감과 역할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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