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성지 순례기

by 장양숙(미카엘라) posted Jun 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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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순교적인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부담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

순례보다 관광쪽을 택했던 길이었습니다.

3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충남서산의 해미순교성지에는 공휴일이라 그런지

650명의 신자들이 모였습니다

체감온도 35도쯤, 습도는 많고 땀은 비오듯 흐르는 데...

미사시간이 되자 한꺼번에 신자들이 성당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미사를 드리는 데 익숙한 나는 슬슬 짜증이났습니다.

걍 인터넷 검색해서 볼 걸 그랬나?

적당한 핑계를 대고 오지 말 걸 그랬나?

바람 한 점 없는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정성껏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소주 한 잔까지 걸치고,

이왕왔으니 신부님 졸졸 따라다니며 설명이나 잘 듣자 했는데.....

세상에나....만사에나...



점심 후에 들렀던 그 날의 "처형지"에서

"신앙생활 이~~쯤이면 나는 열심한신자야" 해대는 교만한 나를 이끄셔서

이 더운 날 관광버스에 태우시고, 이 곳 순교지에 데려오신

하느님의 뜻을 번쩍 깨달았답니다



유독 이곳 해미에는 많은 천주교신자들이 죽임을 당했던 곳이랍니다.

'자체 처형권'이 있었던 현감이 공을 세우기 위한 권력남용이었을까요?

아~~~잔인하다 잔인하다 이렇게 잔인 할 수가!!

벼를 털기위한 '자리개돌'에 사람을 털다니...머리가 깨지고,뼈가 으스르 질 때 그들은 얼마나 많은비명을 질렀으며 공포스러웠을까요?

두 팔을 뒤로 묶인 체 '진둥병'에 아이 어른 할 것없이 머리 부터 쳐박혀 때죽음을 당했던 신앙선조들은 이 순간 무슨생각을 했을까요?

산 채로 구덩이에 떠밀리기 전 그들이 외쳤던 "예수 마리아"
엄마앞에 묶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자식들은 무슨말로 어미 가슴을 찢어놓았을까요?


그들은 선택하고 목숨바쳐 지켰습니다.

하느님사랑! 영원한생명에의 갈망!

흔들리지 않은 믿음을.....



자비하신 주님!

저는 이 곳에서 보았습니다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데

목숨을 초개같이 버려가면서 지키려했던 신앙선조들의 흔들리지 않은 믿음을

저는 어떠했나요? 하느님은 둘째이고 물질이,가족이.... 나 자신이 먼저였습니다.
교만한 나, 이기적인 나, 게으른 나, 기도하지 않는 나!야 말로 이 시대 "신앙 박해자'임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을 제 삶의 맨 윗자리에 모시는 일로 순교되게 하소서


이 시간 이 다짐이 생활속에서 빛 바래지 않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