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어머니

by 오서하(율리아나) posted May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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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요


사람들은 나에게 천사의 눈을 가졌다고 말들 하곤 했었습니다.

단발머리에 까만 실 핀을 꽂고 있는 어릴 적 흑백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만

그 우울한 눈빛은 절대 천사의 눈빛이 아닌데

내 기억 속에 어른들은 별 사탕이나 건빵을 건네주면서

눈이 예쁘구나. 울었니? 라고 말들을 건네곤 했습니다.

나는 늘 도리질을 했습니다.

도리질을 하면서도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는데

그러면 어른들은

여자가 눈물이 많으면 팔자가 세단다.

혀를 끌끌 차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지만 그건 순간적이고

모두들은 그렇게 금세 사라지곤 했습니다.



나는 아카시아 나무에게 많은 것을 물었습니다.

팔자가 뭐니?

너도 엄마가 있었니?

너는 이렇게 많은 별 사탕이 어떻게 생겨났니?

나는 하얀 아카시아 꽃들이 별 사탕이라고 생각하며 꽃잎을 먹곤 했는데

그것은 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하얀 꽃들은 또 얼마나 예쁘던지 그것은 건빵 속에 들은 작고 하얀 별 사탕보다도

훨씬 좋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는 아카시아 나무를 늘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나에게는 또 좋은 친구들이나 동생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카시아 나무의 송충이들이었습니다.

쭉 한 줄로 세워놓고는

줄이 비뚤어지면 작은 나뭇가지로 탁탁 바닥을 두드리며 야단을 치기도 했는데

제법 말을 잘 들었습니다.


꼭 아카시아 엄마와의 기억이 좋았던 것만은 아닙니다.

어느 날인가 한 입 아카시아를 입에 물었는데

그만 송충이를 같이 씹고 말았습니다.

퉤하고 뱉어냈는데

짓이겨진 꽃잎들과 씹혀진 송충이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것도 맛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눈물이 마구 쏟아졌었는데

아마도 엄마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을까요

왜 아카시아 엄마가 미웠던 건가요.

한 동안 나무 밑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겨울이 오자 나는 그 아카시아 나무에게 하얀 눈옷을 입혀 주곤 했습니다.

처음 한글을 배우고 익혔을 무렵

입혀 준 눈 위로

엄마라고 또박또박 글도 새겨 두었습니다.

그 때 아카시아 엄마는 나를 또 얼마나 사랑했는지요.

지난 사건에 대한 해명은 없었습니다.

나는 또 물어 볼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냥 다시 어느 날부터인가는 그저 엄마라고 부르며 다시 그 나무 밑에서 놀고 있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아카시아 나무가 나의 첫 번째 어머니였습니다.

그 어머니를 떠나오게 된 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나에 대해 잠시 생각하시는 동안 나는 또 이별을 만나게 되었다고

초등학교 일기장에 그리 써 두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 후,

너무 오래 그리움만 키웠습니다.

보내지 못한 이야기들만 무성하여 뉘엿뉘엿 지는 해의 무게가 무겁기만 합니다.

나는 흔들리고 있었지요. 잠시 아팠을 뿐입니다.

이제 다시 수수한 잎들로 사랑과 詩를 노래 할 수 있도록

아무래도 이쯤에서 행간을 비워야겠습니다.

오랜 시간의 타래를 풀어 이제야 당신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진정한 사랑의 노래를

이제야 다시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언제까지나 거기에 계셔주실 거지요?

마침내 노래가 끝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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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제겐 어머니가 세 분 계십니다.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 그 분은 먼 이국 땅에서

밤과 낮을 접어서 저를 위해 기도하시는 분이십니다.

 

 

 

또 한 분의 어머니는

 

위에 쓴 아카시아 나무 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모든 어머니의 모습으로 그 모든 어머니의 품으로

천주의 성모님께서 나의 어머니가 되어 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길 잃은 아이가 아니며

저는 이제 어미 없는 자식이 아니며

다른 여인들처럼 항상 나와 함께 하시는 어머니의 품에 달려들어

이것 달라 저것 달라 조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어머니 가슴에 카네이션은 달아드릴 수 없지만

제 마음 지지않는 카네이션이 되고싶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외쳐 봅니다.